휴일을 맞이해서 근교에 있는 세종 베어트리파크에 방문해보았습니다. 7년 전에 지금의 남편과 왔었는데, 벌써 세월이 흘러 아이와 함께 오게 되었네요. 여전히 관리가 아주 잘 된 나무들과 깨끗한 모습, 그리고 이국적인 풍경에 눈이 행복했습니다. 저희는 안에서 따로 식사를 하지 않고 2시간 정도 둘러보았는데요. 식사시간까지 약 2-3시간 정도 느긋하게 산책하는 코스로 구경하기 좋습니다. 이렇게 멋지게 잘 관리된 곳을 어떤 분이 만드셨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는데, 의왕시에 송파랜드라고 있었는데 세종으로 이사하여 베어트리파크가 되었다고 하네요. 올해 88세를 맞이하신 이재연 회장이 만든 곳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개장 10주년 행사를 하고 있어서, 따로 예약을 하지 않고도 현장에서 바로 만원에 결재할 수 있었습니다. 또 36개월 미만인 저희 아이는 무료 입장을 하였습니다. 제가 간 날은 아이들이 무지 많더라구요. 아이들과 산책하기 좋은 곳입니다. 폐장시간은 10월 초 방문 기준으로 6시 반이라고 하였습니다.
도시락을 포함한 음식물 및 과일, 돗자리, 애완동물, 카메라 삼각대, 악기, 놀이 및 운동기구가 반입금지 물품이었습니다. 저희도 입장할 때 음식물이 없는지 확인하시더라구요. 아이들 유모차 대여하는 곳은 입장하는 곳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오늘 오색연못 - 웰컴하우스 - 베어트리정원 - 열대식물원 - 곰조각공원 - 잔디광장 - 반달곰동산 - 애완동물원 - - 송백원 - 자혜원 순으로 둘러보았는데요. 지금보니 반대방향으로 관람하였던 거였지만, 나름 좋았습니다.
베어트리파크 내부에는 2곳의 레스토랑과 가운데의 카페 및 라운지가 위치해있었습니다. 입구에서 오색연못을 지나면 바로 보이는 위치에 웰컴레스토랑이 있고, 한창 올라가서 잔디광장을 지난 가운데 지점에 새총곰푸드코드가 있었는데요. 저희가 간 날에는 새총곰푸드코트는 운영되지 않았구요. 주로 잔디광장을 바라보면서 카페2층 라운지를 이용하시는 분이 가장 많았습니다. 저희는 3시에 입장해서 5시에 나왔는데요. 내려오면서 보니 웰컴 레스토랑에도 이용하는 분들이 꽤있었습니다.
여러 연못을 가보았지만, 이 곳에 있는 비단잉어가 최고였습니다. 이 곳 오색연못에 있는 비단잉어는 빛깔, 무늬, 광택 등이 우수한 대표적 관상어종이라고 합니다. 빨강, 노랑, 검정, 얼룩무늬가 알록달록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더라구요. 비단 광택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10년 전 국내 비단잉어 품평회에서 1위를 수상하며 훌륭한 혈통을 이어오고 있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비단잉어는 재물운과 생명력을 상징한다고 해요. 힘차게 물결을 가르며 떠오르는 비단잉어들의 환영인사를 받는다면 큰 행운을 만날 것이라고 합니다.
이 곳에서 아이 사진을 남기고 확인하는데, 가만보니 한국인지 모르겠더라구요. 분수의 아래 타일색상과 나지막한 웰컴하우스 지붕모양 등이 이국적인 느낌을 주고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낭만적인 유럽 남부지방, 특히 스페인의 정취가 풍기도록 디자인되었다고 하네요. 1층은 세미나와 다양한 행사가 가능한 선큰가든과 수련홀이 마련되어 있고, 2층은 레스토랑이 있었습니다. 배경이 좋아서 그런지 이 곳에서 찍는 사진은 다 화보처럼 나오더라구요.
좌우대칭 구조의 입체적 조형미가 아름다운 정원이었습니다. 병풍처럼 두른 향나무와 소나무를 배경으로 곳곳에 꽃들로 안정감있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가운데 폭포가 있었는데, 통나무 폭포수라고 하여 인상깊었습니다.
베어트리정원을 나오면 오르막 길을 만나게 되는데요. 오른쪽으로 멋지게 관리된 향나무동산과 분재원, 송파원, 하계동산, 장미원이 위치해 있었습니다. 저희는 아이가 뛰어 올라가는 바람에 오르막을 오르며 스쳐 지나게 되었는데요.
아래의 향나무동산은 100년이상 된 향나무 사이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는 산림욕장이라고 합니다. 또 분재원에서는 수십그루의 주목, 소나무 등의 분재가 있는데요. 봄에는 철쭉 분재, 가을에는 단풍나무 분재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겨울에는 오색연못에서 노닐 던 비단잉어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합니다.
또 그 위쪽으로 이재연 회장이 가장 아끼는 송파원이 위치해 있는데요. 특히 800년의 위용을 뽐내는 늠름한 자태의 느티나무를 만날 수 있는 곳이랍니다. 하계정원과 장미원은 한창 꽃이 피는 봄이나 초여름에 오면 이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 아이가 뛰어서 올라간 곳은 바로 열대식물원이었어요. 다양한 종류의 다육식물, 바나나나무 같은 큰 식물까지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열대식물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이 바나나가 나무가 아닌 풀이라는 사실이 새로웠습니다. 다 자란길이가 1척, 3척(척 : 길이의 단위로 1척은 약 30cm)이라고 하네요. 커피나무도 있었는데요. 에티오피아의 양치기가 이 나무의 열매를 먹은 후 흥분하는 양을 보고 먹어본 결과, 기분이 좋아지고 잠이 깨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재미있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공기정화 식물들인 행운목, 관음죽, 팔손이도 있었는데요. 이 식물들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보다 크기가 큰 기공을 가지고 있어서 미세먼지도 함께 흡수하는데, 비가오면 씻겨내려간다고 합니다. 또 식물에서 나오는 음이온이 미세먼지에 달라붙어 무거워진 미세먼지는 공기중에 떠다니지 못하고 땅으로 가라앉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네요.
곰조각공원은 늘 새총을 가지고 다니는 장난꾸러기 새총곰과 엄마 곰, 아빠 곰이 등장하는 '새총곰 이야기'라는 동화를 바탕으로 꾸민 곰 테마공원인데요. 고정수 작가의 조각 작품과 경원대학교 우정상 교수의 조경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저희 아이는 요즘 구강기를 지나 항문기에 접어들면서 곰의 항문에도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 사진찍어주려하는데 자꾸 그 곳만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앞쪽으로는 송파정이 위치해 있었는데요. 정자는 옛 선비들이 경치좋은 곳에 지어서 자연속에서 풍류를 즐기고 정신수양의 장소로 활용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소나무가 파도친다'는 뜻의 송파정은 이런 전통이 살아 있는 곳이라고 하네요.
또 한쪽에 이곳을 설립하신 이재연 회장과 구자혜 부부 동상이 있었는데요. 결혼 42주년 기념으로 세워진 곳이라고 되어있었습니다. 평생을 자연을 사랑하셨으며, 이 곳의 모든 부분은 이 분들의 손을 거친 곳이라고 합니다.
잔디광장과 카페 및 라운지를 지나 반달곰동산에 왔습니다. 가슴에 달을 품고있는 반달 가슴곰은 베어트리파크의 상징이라고 하네요. 베어트리파크의 반달곰 역사는 1986년도부터 시작된다고 해요. 당시 국내 반달곰 포획을 안타깝게 여겨 개인 농장의 반달곰 몇 쌍을 뛰놀게 하였고, 이 후 반달곰의 새끼들이 태어나고 현재는 100마리 정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반달곰은 생후 3년이 되면 아기곰일 때에 비해 몸이 10배정도로 커진다고 하는데요. 곰은 가장 작은 크기로 태어나 가장 커지는 동물 중 하나라고 합니다.
저희가 재미있게 본 반달곰이 있는데요. 한마리는 아에 누워서 입만 벌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누워서 감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랄까요. 곰도 사람도 비슷한 성향이 있나봅니다.
반달곰동산 아래로 아담한 애완동물원이 있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요즘 동물을 많이 좋아해서 이곳저곳 호기심을 보이더라구요. 기니피그가 밥먹는 모습, 앵무새와 꽃사슴들이 있었는데요. 가운데 새장에서 공작새 한 마리가 밖으로 나와있었는데 그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한켠으로는 베어트리 갤러리도 진행중이었습니다.
애완동물원에서 나와 걷는 산책길에 나무가 너무 예쁘게 관리되어 있어서 남겨보았습니다. 10만평 대지에 1000여종, 40만 여점에 이르는 꽃과 나무들이 하나하나 잘 관리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애완동물원 옆으로 나와 길을 따라 내려오니 다시 웰컴하우스 레스토랑과 만났습니다. 늦은 오후 지는 햇살에 레스토랑 풍경이 편안하고 여유로운 느낌을 주더라구요. 내부로 들어와서 1층으로 내려왔는데, 내부는 현대적인 인테리어 였습니다.
웰컴하우스 옆으로 맘모스호박으로 꾸며진 등나무그늘이 있었습니다. 최대 70kg까지 나간다는 맘모스 호박인데요. 저는 처음에 너무 커서 호박 모형인줄 알았는데, 실제 호박이라고 해서 놀랐습니다. 일반 호박의 3-4배정도인데 올해는 가뭄때문에 좀 작은크기라고 하지만, 제 눈에는 매우 컷습니다. 커다란 호박들이 가을의 풍요로움을 더해 주네요.
나오면서 보게된 눈에띄는 나무인 주목입니다. 죽은듯한 나무에서 새롭게 잎이 나있었는데요.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산다는 신비의 나무라고 합니다.
옆쪽으로는 故구자혜 여사를 기리는 정원인 자혜원이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한반도 모양의 꽃잔디를 비롯하여 계절별 다양한 꽃들이 정원수와 조화를 이루는 곳이랍니다.
베어트리파크에 대해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이재연 회장의 인터뷰 내용을 읽어보게 되었는데요. 베어트리파크는 개장 10주년을 맞지만, 이 수목원의 나무 대부분은 이 회장이 50년 전부터 기르던 것이라고 합니다.
LG그룹에서 40년 넘게 근무하시며 사장을 6-7번 하셨는데, 1959년 이 회장이 한국은행에 다니던 시절 아내 구자혜(1938-2009) 여사와 집에서 양란을 키우며 시작된 생활을 시작으로 의왕시에 땅 2만평을 물려받아 단풍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200여 그루를 심고 농장을 일구셨다고 합니다. 좋은 나무가 있다면 전국에서 구해오고, 해외출장을 나가면 씨앗을 받아와서 일본이나 인도네시아에서 온 나무도 많다고 하네요.
의왕시에 있었을 때는 개방하지 않았지만, 손님으로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LG창업주 구인회 회장,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 윤보선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리 등 유명인사들도 많이 방문했는데, 하루는 김종필 총리가 수목원을 둘러보고는 '소나무가 파도를 치는 것 같네'라고 하시는 말씀에서 아호 송파(松波)가 나왔고, 농장도 송파원이라고 지으셨다고 합니다.
지금의 베어트리파크에도 야외 분재원 옆 정원에 송파원이 위치하고 있는데, 이 회장은 "같이 늙어가는 나무"가 모여사는 공간이라고 표현하셨답니다. 하루에도 대여섯번 송파원을 들릴 정도로 가장 아끼는 공간이라고 하네요.
수목원에 곰이 있게된 배경은 곰을 키우는 조카에게 반달곰 10마리를 받아오셨는데, 그 곰이 지금은 100마리가 되었다고 해요. 어르신들은 꽃이랑 나무를 찾아 오고, 아이들은 곰이나 사슴같은 동물을 보러 온다고 아이들이 좋아해서 계속 키우신다고 합니다.
의왕시에서 세종으로 이전하게 된 배경은 89년도에 의왕시가 개발되면서 세종시에 땅 5만평을 구하게 되어 이사하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10만평 대지라고 하네요. 원래 소와 돼지를 키우던 황무지였는데, 송파원 직원들이 모두 내려와서 나무 옮기는 데만 3개월이 걸리고, 트럭이 1000대가 동원되었다고 하네요. 규모가 커지면서, 개방을 하여 운영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이재연 회장의 인생과 전 재산이 들어간 곳이라고 표현하셨답니다.
안타까운 점은 2009년 개장 사나흘을 앞두고 아내 구자혜 여사가 산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로 먼저 가셨다고 해요. 개장을 못할 뻔 했는데 아들딸의 고집에 개장을 하게 되었고, 오늘날까지 오게 되신 거라고 합니다.
이 회장은 이름 말고 남길 건 손수 가꾼 자연뿐이라 하시며 수목원을 일군다고 하셨는데요. 인터뷰의 마지막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무도 사랑을 줘야 하네. 나무가 잘 크면 사랑에 보답하는 거네. 사람도 마찬가지네.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주면 사랑을 받게 되네. 우리 사회도 사랑을 주는 마음이 있으면 좋겠어."
여기까지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늘 자연의 풍요로움이 함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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