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젊은 남자가 자신의 발작 증세를 호전시키려고 수술을 통해 편도체를 제거했습니다. 그랬더니 발작 증세는 사라졌는데 그 후에 이 사람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은 일상에서 어떤 것에도 아무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혼자 고독하게 앉아 있었는데요. 그런데 이 남자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도 가능했고, 일상의 다른 부분은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감정만 느끼지 못하는 인간 로봇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이 남자는 이전에 느꼈던 감정에 대한 감정도 못 느끼게 되었는데요. 이것을 메타감정이라고 하는데 과거의 기억에 대한 감정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앞으로의 삶에 대한 의미가 없어져버렸습니다. 감정을 못 느끼니 열정도 없었고 사회적인 모든 욕구가 사라졌습니다. 또 슬픔을 못 느끼니까 심지어 눈물도 안 흘리게 되었습니다.
또 한명의 예가 있는데, 변호사로서 사회적으로 승승장구하던 엘리엇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이마에 난 종양 때문에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엘리엇은 수술 후에 성격이 아예 바뀌었습니다. 왜냐하면 감정을 못 느끼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감정을 못 느끼니 변호사로서 더 이상 일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실직하게 되었고 감정이 없는 남편과 더 이상 살 수 없었던 아내와도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엘리엇은 지금까지 저축한 돈으로 투자를 했었는데 이해할 수 없는 투자로 인해 돈을 다 날렸고 어쩔 수 없이 동생 집의 남는 방에서 기거하게 되었습니다. 엘리엇은 지적으로는 전처럼 똑똑했지만 시간 관리가 엉망이었고 일을 하게되면 일을 다 망치곤 했습니다. 왜냐하면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엘리엇은 아주 쉬운 일반적인 결정을 내릴 수조차 없었습니다. 엘리엇이 이렇게 된 이유는 종양제거 수술을 하면서 전전두엽 일부가 제거되어 신피질과 편도체 사이의 연결선이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감정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된 것인데요.
사람은 합리적으로 분석한 다음에 선택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엘리엇은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도무지 감정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에 사소한 결정도 내릴 수 없었고 가치판단도 내릴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감정이 없다는 사실은 정말 무서운 일입니다. 동물들도 뇌에서 편도체를 제거하면 두려움과 화를 못 느낍니다. 감정을 못 느끼기 때문에 무리 안에서도 경쟁이나 협동을 하지 않습니다. 경쟁이나 협동도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할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정서지능을 뇌과학적으로 설명하면 그것이 편도체와 신피질 사이의 상호작용이라는 것입니다. 감정을 이성적으로 어떻게 사용하고 감정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관한 지능이 바로 정서지능입니다.
왜 사람들은 나중에 후회할 일을 하는 것일까요 ? 모든 비이성적인 행동은 편도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인 뇌에 대한 통제권 하이재킹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편도체의 작동방식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편도체는 오감으로 입력된 정보들을 스캔해보면서 지금 이 사건이 내가 싫어하는 것인지, 이 사건으로 인해 내가 상처받고 고통스러워 할 것인지, 내가 두려워하는 것인지를 판단합니다. 만약 어떤 사건이 내가 괴롭고 위험하다는 판단이 서면 편도체는 뇌의 모든 곳들에게 위급하다는 비상사태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래서 이건 마치 도난경보 시스템인 세콤같은 것인데요. 도둑이 침입하면 사이렌이 왱왱하고 울리는 것과 비슷한 것입니다.
그리고 편도체는 이런 비상시에 뇌를 온전히 통제할 권한이 있습니다. 즉, 편도체는 최고권력자 같은 것인데요.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성의 뇌가 지위가 가장 높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이성이 중요한 일들을 하고는 있지만 감정에 비해 지위가 낮은 부하직원같은 존재라는 것입니다. 감정이 시키면 이성은 그냥 감정의 명령을 따라야 합니다. 만약 감정이 강압적으로 이성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리면 이성은 정말 쥐 죽은듯이 아무 일도 안하게 됩니다. 우리의 뇌가 그렇게 동작하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합니다. 감정이 이성보다 더 높은 존재입니다. 편도체가 비상사태를 선언할 권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국가 비상시에 최고 권한자인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언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것입니다.
사람은 싸울 때나 도망갈 때 몸에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전투 태세나 도망 태세에 돌입하게 됩니다. 특히 남성이 여성에 비해 전투 태세나 도망 태세에 더욱 최적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제 뇌는 그 어느 때보다 집중되어 있는 상태에 있게 됩니다. 변연계가 뇌의 모든 것을 통제하기 때문에 이 때 인간은 그 어느 때보다 동물적인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변연계가 포유류의 뇌라고 했는데요. 그래서 이 상황에서 사람은 동물처럼 공격을 하던지 아니면 도망을 가던지 두 가지 중 하나의 행동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이성이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동물적인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위급할 때에는 왜 감정이 이성을 압도해버릴까요 ? 우리가 숲에서 독사와 같은 위협적인 생물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됩니다. 우리의 눈으로 확인된 이 독사라는 정보는 눈의 망막을 거쳐 뇌의 중간 지점쯤에 있는 시상이라는 부위로 전달됩니다. 시상이 하는 역할은 인간이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정보를 신피질로 전달해주는 배달부 역할 입니다. 시상을 통해 전달된 독사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는 신피질로 전달됩니다. 그래서 사고 기능을 담당하는 신피질이 이 정보가 무엇이고 이성적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처반응을 수립하게 됩니다. 그리고 적합한 반응이 감정과 관련한 것이라면 신피질에서 편도체로 이 정보가 전달됩니다. 그래서 이런 방식이 정보를 인간적으로 성숙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이성뇌가 정보를 먼저 받아들여서 이성적으로 감정에 앞서 먼저 정보를 처리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보의 대부분은 시상에서 신피질로 전달되지만 정보의 일부분은 시상에서 바로 편도체로 전달됩니다. 뇌가 이렇게 작동하는 이유는 위급한 상황의 정보를 더 빠른 속도로 처리하기 위함입니다. 독사를 보고 생각을 한 다음 행동을 하게 되면 속도가 늦습니다. 처리속도가 늦으면 독사에게 물려 죽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편도체에서 독사라는 것이 위험한 생물이라는 것을 감정적으로 이성보다 먼저 앞서서 판단하고 몸이 바로 반응하도록 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뇌의 메커니즘때문에 사람이 위험한 순간을 피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위급할 때에 감정이 이성을 압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이것은 인간의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생존본능 메커니즘인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오감을 통한 일부 정보가 신피질보다 편도체에 먼저 도달하는데요. 정보의 전달속도를 더 빠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은 인간이 가진 직관의 힘의 뇌과학적인 해석이기도 합니다. 직관이라는 것은 모든 정보를 하나하나 분석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일부의 정보만을 가지고 그럴 것 같다는 느낌과 함께 핵심만을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 바로 직관인데요. 그래서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왠지 그럴 것 같다는 감을 느낄 때가 있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정리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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