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난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했던 날, 리차드 로블스라는 남자가 절도를 하기위해 뉴욕의 어느 아파트에 침입합니다. 이 남자는 이미 100번 넘게 무단침입해서 절도를 해왔던 상습절도범이었는데요. 방금 가석방을 받고 사회에 나온 상태였지만 자신의 여자친구와 3살 딸을 위해 돈이 절실히 필요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빈집인줄 알았던 아파트에 집주인 중 하나인 재시스와일리라는 22살 여성이 밖에 나가지않고 집에 있었습니다. 뉴스위크 잡지사의 리서치연구원이었던 이 여성은 어떤 일이 있어서 집에 있었는데 공교롭게 이 여성이 있을 때 이 남자가 집에 문단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이 여성과 맞닥뜨리게 된 절도범 남자는 당황했고, 이 여자를 칼로 위협하고 여자를 줄로 묶었습니다. 여자를 묶고나서 물건과 돈을 훔치고 이제 집에서 빠져나오려하는데 하필 그 때에 에밀리호퍼트라는 또 다른 집주인 여성이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에밀리는 초등학교 교사였는데요. 절도범 남자는 이 여자도 위협해서 줄로 묶으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에밀리를 남자가 줄로 묶는 가운데 갑자기 먼저 줄에 묶인 제니스가 자신과 같이 살던 에밀리가 묶이는 모습을 보고 흥분을 했는지 이 남자에게 고래고래 소리지르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당신 얼굴 똑바로 기억하고 있으니 경찰이랑 추적해서 반드시 잡을 거라고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남자는 이 소리에 또 당황했고 분노가 치밀면서 뚜껑이 열렸습니다. 이 남자는 광분에 사로잡혀 집안에 있던 유리로 된 사이다 병을 집어들고 그 여자를 사정없이 두들겨패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가 아무반응이 없을 때까지 때렸습니다. 또 아무 말없이 묶여있던 죄없는 에밀리까지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부엌칼을 가지고와서 이 두 여성을 찔렀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여성 모두 사망했고 이 사건은 당시 미국 사회에서 커리어 여성 살인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떠들석하게 유명해진 범죄사건이 되었습니다. 제니스라는 여성이 남자에게 흥분해서 소리지르게 된 것은 본인이 먼저 뚜껑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왜 강도를 당해야하는지 납득하지 못하면서 화가 났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같이 살던 룸메이트가 집에 들어와 묶이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감정이 폭발한 것인데요. 이 여성이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고 잘 제어해서 가만히 있었다면 돈과 물건만 뺏기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감정이 폭발하면서 자신은 물론 동료까지 죽게되었는데요. 절도범 남자 입장에서도 필요했던 것은 돈 뿐이었습니다. 돈만 가지고 나가려 했는데 제니스라는 여성이 흥분해서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반드시 잡을 거라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그녀는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습니다. 여기에 이 남자도 뚜껑이 열려 맛이 가버린 것입니다. 이 남자는 여성의 협박을 받고 위협을 받았기 때문에 큰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고, 고성으로 소리를 질러대는 상황이 이 남자로 하여금 분노에 휩싸이게 했습니다.
누군가와 싸울 때 상대방이 언성을 크게 높이면 나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 현상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이 사건이 발생한 후 25년 후에 여전히 감옥에서 복역 중이었던 리차드는 후회 가득한 표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었는데, 당시 자신이 갑자기 욱했고 머리가 어떻게 되었다고 표현했습니다. 이 사건의 상황이 소위 욱하는 상황인데요. 엄청난 분노가 온 몸을 감싸는 그런 상황인 것입니다. 이 때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에서 뇌에 대한 통제권을 모조리 다 차지합니다. 비행기를 탈취할 때 사용하는 영어 단어를 하이재킹(Hijacking)이라 하는데, 이 상황도 하이재킹이라 표현합니다. 또는 뇌가 하이재킹 당했다라고도 표현합니다. 뇌가 이렇게 하이재킹되었을 때 뇌를 CT로 촬영해보면 실제로 피가 변연계 중심으로 몰려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고를 담당하는 이성 뇌인 신피질에는 피가 공급되지 않아서 파충류 뇌와 감정 뇌만 사용되는 것입니다. 감정 뇌인 변연계에 의해 뇌가 탈취당하면 이성 뇌인 신피질이 관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때에는 사람이 오로지 감정으로만 휩싸이게 됩니다. 그렇게 감정에 휩쓸려버리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말과 행동들을 하게 됩니다.
절도범이었던 리차드가 나중에 크게 후회했던 것을 보면 그 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 줄로 묶였던 제니스는 심지어 후회할 기회 조차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위급한 상황일수록 침착해야한다는 말이 실제로 매우 과학적인 말이라고 합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감정에 휩싸여 어떤 행동을 할 경우 100% 후회합니다. 감정적으로 행동하면 궁극적으로 반드시 손해가 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부정적인 감정으로만 하이재킹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혹시 친구들과 있을 때 어떤 우스운 사건이 일어나서 그것 때문에 미친듯이 웃었던 경험이 있으실까요 ? 이제 웃음을 멈추고 싶은데 멈출 수가 없어서 입이 아프고 배까지 아픈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이 경우도 감정이 소위 폭발한 경우입니다. 웃고 싶은 감정에 휩싸여서 감정 뇌인 변연계가 뇌를 하이재킹한 것입니다. 댄 잰슨이라는 미국의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는 병으로 죽어가는 여동생을 위해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올림픽에서 몇 번 실패를 경험하고 좌절했습니다. 그러다 1994년 노르웨이 동계올림픽 때 마침내 1000m 경주에서 금메달을 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선수의 아내가 남편이 금메달을 따자 너무 좋고 기뻐서 감정이 폭발했습니다. 그리고 몸에 이상이 생겨 응급실로 실려 갔는데요. 이것은 진짜 실화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했을 때 사람이 너무 슬퍼서 졸도하는 경우도 가끔 생기는데, 이렇게 너무 큰 기쁨으로 흥분해서 정신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변연계 내에서 편도체라는 부위가 감정을 담당하는 곳인데요. 편도체는 영어로 아미그달라(Amygdala)라고 하는데요. 아미그달라의 어원은 아몬드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편도체는 아몬드 모양처럼 동그랗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편도체 옆에 해마가 긴 모양으로 붙어 있습니다. 해마는 기억을 담당합니다. 물리적으로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기억을 담당하고 있는 해마가 붙어있다는 사실은 감정과 기억이 서로 맞물려서 뇌에 저장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해줍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때의 감정은 명확히 기억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 어떤 친구들에 대해 떠올려보면 그 친구와 같이 했던 일들은 명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은 분명히 남아있는 것을 아마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만약 뇌에서 편도체가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편도체가 뇌에서 제거되면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편도체가 없을 때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면 그 사건이 감정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기쁘다, 슬프다를 느끼지 못해서 감정적인 장님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정리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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