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머님께서 중학교 1학년인 자신의 딸아이에 대해 이야기하시면서 어떻게 저런 성격의 아이가 자신에게서 태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 어머님과 아이는 서로의 성격이 정반대였는데요. 어머님께서는 꼼꼼하고 논리적인 전통주의 스타일이었고 아이는 공부보다는 그림 그리는 것을 즐기는 자유로운 예술가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어머님께서 딸아이를 위해 방학 학습스케줄을 짜는데 두 모녀가 성격차이로 인해 옥신각신하며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딸이 따라오지 못하니까 본인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아이도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두 모녀가 차라리 비슷한 성격으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그랬다면 어머님과 딸아이가 그렇게 큰 갈등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의 성격이 이렇게 서로 상반될수록 부모와 자녀의 갈등이 점점 심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모가 자녀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은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성격에 대한 지식을 아는것이 필요한데요. 자녀가 가지고 태어난 성격을 이해해야 그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성격과 아이의 성격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야 자녀와 더 소통을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성격에 대한 이해는 비단 자녀교육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내 주위 사람들의 성격을 내가 잘 이해하고 있다면 그들과의 의사소통이 훨씬 편해지고 수월해집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기가 인지적으로 더 쉬워집니다.
성격이 다르면 관심사도 다를 가능성이 크고 생각하는 방식이나 생활양식도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다른 점들을 온전히 수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성격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는 말이 종종 나오곤 하는데요. 이것을 더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표현해보면 서로간의 성격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관계가 악화되어 심리적으로 고통스럽고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성격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에는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95%정도 됩니다. 개인적으로도 성격에 대한 이해를 하고나서 삶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 훨씬 자유로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녀교육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안녕을 위해서도 성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성격적으로 어떤 사람인지를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큰 축복입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만으로도 심적으로 안정될 수가 있다고 하는데요. 그러면 성격이란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 성격에 대한 여러가지 정의가 있지만 성격이란 어떤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를 예상하게 하는 심리적 특성이라고 이해한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성격이 조용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항상 조용하고, 활달하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항상 밖에 나가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양치질을 할 때 어떤 손으로 하는 것이 더 편한가요 ? 보통 오른손잡이가 훨씬 많으니까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오른손으로 양치질을 하는 것이 더 편합니다. 그런데 오른손잡이가 양치질을 왼손으로 하면 어떨까요 ? 무척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울 것입니다. 성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편한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사람의 성격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해서 크게 2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수정란이 탄생하는 순간 DNA배열이 결정되고 뇌가 만들어지며 이에 따라 성격이 형성되게 된다는 생물학적 측면을 강조하는 이론이 하나있고, 성격은 태어난 이후부터 사회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관계 속에서 형성하게 된다는 사회적 측면을 강조하는 이론이 있습니다. 현재는 성격이 이 두가지 측면 모두 연관이 있다는 통합적인 관점이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즉, 기질적으로 타고나는 성격이 있고 후천적으로 사회적인 영향을 받아서 형성이 되는 부분이 종합적으로 성격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격에 관해 분명한 사실 하나는 타고난 성격은 안 바뀐다는 것입니다. 후천적으로 사회적 영향으로 인해 성격이 다소 조금은 변할 수 있어도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격적 틀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원래 내향적인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근본적으로 외향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성격의 선천성과 관련해 그동안 많은 연구들이 수행되었고 그런 연구결과들은 상당부분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격과 관련해 무척 유명한 연구 중 하나는 콜로라도 대학의 쌍둥이 실험입니다. 이 연구소에서는 420여 가정의 쌍둥이들을 실험에 참여시켰으며 이란성 쌍둥이보다 일란성 쌍둥이가 더 성격이 유사함을 밝혀냈습니다. 미네소타 대학의 연구는 더 흥미로운데요. 이 연구에서는 일란성 쌍둥이들이 어렸을 때에 각각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어 환경과 문화가 아예 다른 곳에서 성장했을 때 성격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성격이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면 이 쌍둥이들의 성격도 달라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쌍둥이들은 성격의 여러가지 부분들이 매우 비슷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성격은 사회적인 영향을 어느정도 받지만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성격의 많은 부분이 결정되고 근본적인 성격의 틀은 변하지 않는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 다음에 살펴볼 부분은 성격의 기질적인 부분을 설명하는 MBTI이론인데요. MBTI라는 성격이론이 나오게 된 배경은 흥미롭습니다. MBTI는 Myers-Briggs Type Indicator라는 단어들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약어입니다. 이를 해석하자면 Myers라는 사람과 Briggs라는 사람이 만든 성격유형지표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마이어스는 이 이론을 주도적으로 완성시킨 이사벨 마이어스라는 이름을 가진 딸이고, 브릭스는 이 연구의 기초를 세웠던 이사벨의 어머니인 캐서린 브릭스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이 이론은 엄마와 딸이 그리고 그 딸의 아들까지 3대가 70년 이상 연구해서 고생 끝에 완성한 이론입니다. 할머니인 브릭스가 성격연구를 시작했고, 딸인 마이어스가 이론을 완성했고, 마이어스의 아들이 완성된 이론을 널리 전파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분들이 성격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차 세계대전 때문이었는데요. 당시에는 전쟁으로 인해 많은 남자들이 전쟁에 참여하게 되어서 남자들이 원래 하던 일을 여자들이 대신 맡아 해야 했습니다. 대부분 여자들은 전에 해보지 않았던 남자들의 일에 어리둥절해 하면서 당황했었습니다. 그래서 마이어스는 여자들의 성격유형에 대한 정보가 남자들의 일들에 더 적합한 사람들을 선별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당시에는 성격유형을 나눌 수 있는 도구가 개발되지 않았고 그래서 마이어스가 이를 만들고자 한 것입니다. 또한 마이어스는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에 사람들의 갈등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했습니다. 갈등을 줄이는데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하는 일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녀는 성격연구의 선구자였던 심리학자 융의 이론을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MBTI이론입니다.
성격에 대한 이해가 생기면 자신을 더 잘 이해할 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래서 소통이 더 편해지고 관계가 좋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서두에 언급했던 갈등이 있었던 어머님과 딸아이의 예에서처럼 자녀의 성격적인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입니다. 여기까지 정리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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