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이해하기 - 정보지각 직관 vs. 감각

2. 정보지각 : 직관 vs. 감각

성격의 두 번째 경향성은 정보를 어떻게 지각하는지에 대한 경향성인 정보지각입니다. 지각한다는 것은 나의 뇌로 들어오는 자극과 정보를 나의 기준으로 해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어떻게 정보를 해석하는가에 관한 경향성이 정보지각이라는 경향성입니다.

사람이 정보를 지각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오감을 통해 지각하는 방식, 또 하나는 직관을 통해 지각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정보를 지각할 때 이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더 선호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오감으로 지각하는 것을 선호하는 유형을 감각형이라고 하고, 직관을 통해 지각하는 것을 선호하는 유형을 직관형이라고 합니다.

감각형인 사람들은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오감으로 정보를 인지하기 때문에 실제적이고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직관형인 사람들은 그 정보 자체보다는 정보 너머의 새로운 아이디어나 가능성들을 찾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책을 읽을 때에도 감각형인 사람들은 책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지만 직관형 사람들은 행간을 읽거나 메시지에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지 찾아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정보지각 경향성은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결정해줍니다.

이 경향성에 따라 어떤 종류의 정보를 더 선호하고 더 집중하게 되는지가 결정이 됩니다. 감각형들은 눈에 보이는 것, 손에 잡히는 것들을 더 선호하고 직관형들은 눈에 보이지 않거나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직관형들은 생각이 많고 그래서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감각형들은 관찰 가능한 경험들을 더 선호합니다. 그래서 직관형들은 어린 왕자와 같은 직관적 상상력에 기반한 문학작품을 좋아하는 반면, 감각형인 사람들은 어린 왕자 이야기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직관형인 사람과 감각형인 사람 중에서 누가 더 창의적일까요 ? 직관형인 사람들이 더 창의적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실 너머에 있는 것을 보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관형인 사람들은 생각하기도 좋아하고 상상하기도 좋아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러나 직관형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금방 식어버린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가지를 시작하지만 마무리를 잘 못한다는 점은 직관형 사람들이 흔히 가지는 성격적 약점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감각형들은 현실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별로 창의적이지 않습니다. 정보를 곧이 곧대로 해석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너머에 있는 것을 잘 상상하지 못합니다. 공상하는 것, 상상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감각형들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보다는 이미 시작한 것을 더 잘 키우고 완료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를 어려워하지만 한 번 시작하면 마무리를 잘한다는 성격적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관형 사람들은 씨 뿌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씨가 발아하여 끝까지 자라나는 것을 보기 힘들어한다는 표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직관형들은 계속 새로운 씨를 뿌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창의적이지만 동시에 비현실적이기도 합니다. 꿈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감각형들은 씨를 많이 뿌리지는 않지만 한 번 뿌리면 끝까지 자라나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끈기있게 성실하게 돌보는 일을 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창의적이지는 않지만 현실적인 사람들이라서 일 마무리를 잘합니다.

 

직관형들은 멀티에 능하다고 합니다. 여러가지 것들을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수행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일 진행 속도가 빠르다고 합니다. 결정을 할 때에도 직관적으로 빨리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감각형들은 멀티를 어려워합니다. 한 가지 일만 집중적으로 하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그래서 수행수준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습니다. 착실하지만 일 진행 속도는 느립니다. 감각형은 결정을 할 때에도 현실적인 정보들을 다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결정 속도도 느립니다.

이러한 성격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명백하게 강한 직관형인 사람과 감각형인 사람은 대화할 때 서로 잘 맞지 않습니다. 서로가 의사소통이 잘 안된다고 느끼게 됩니다. 직관형의 추상적인 언어 스타일을 감각형은 잘 이해하지 못하고 감각형의 현실적이고 장황한 언어 스타일을 직관형은 답답하다고 느낍니다. 서로가 선호하는 정보가 다르고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다름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대화할 때 어쩔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직관형들은 아이디어 추상적인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지만, 감각형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본인이 그런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감각형에게는 직관형의 이야기가 너무 허황되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합니다. 비현실적이고 비실용적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현재 나와 무슨 상관인데, 그래서 ?"와 같은 식으로 직관형의 이야기에 반응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에 직관형에게는 현실적인 감각형들이 상상력없고 재미없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들이라고 할까요 ? 직관형은 평소의 작은 사건에 대한 세세한 정보에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반면에 감각형은 일주일 전에 그 사람이 무슨 색깔의 옷을 입고 있었는가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테일에 강한 것입니다.

그럼 아이디어는 누가 잘 떠올릴까요 ? 직관형이 더 잘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사람은 감각형이라고 합니다. 또 학교에서 공부를 잘 할 스타일은 누구일까요 ? 직관형이 잘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과목들은 추상적인 이론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요. 특히 물리학 같은 과목은 감각형 아이들에게는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과목입니다. 물리학을 잘 이해하려면 중력이나 전자기장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추상적 개념들을 이해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이해하는 것이 감각형 아이들에게는 어렵다고 합니다.

그럼 직관형들은 감각형들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 반대로 감각형들은 직관형들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 직관형은 감각형과 대화할 때 답답하다고 여깁니다. 왜냐하면 추상적인 말들을 감각형이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감각형들에게 대충 이야기하면 못 알아 듣기도 합니다. 감각형들은 현실 너머를 못 보고 현실적으로 와닿는 것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직관형들은 감각형과의 대화가 잘 안 통한다고 느낍니다. 관심사가 서로 다르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나 직관형이 가지지 못한 장점들을 감각형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직관형은 감각형의 그런 장점들을 또한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감각형이 실리있고 야무지고 구체적으로 잘 기억하고 생활의 노하우나 팁을 잘 알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부러워할 때가 있습니다. 본인들은 그런 현실적인 생활면에서 약점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직관형에게는 감각형이 말하는 스타일은 너무 장황하다고 느껴집니다. 사실 하나하나 모두 나열하면서 세세히 말하는 스타일이 지루한 것입니다. 그냥 요점 위주로 말해도 다 알아들을텐데 하나하나 다 자세히 말하려고 하는 감각형의 장황한 대화 스타일과 잘 맞지 않는 것입니다. 감각형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체적으로 설명된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중간중간 정보들이 빠져있는 설명을 들으면 짜증이 날 수 있습니다. 반면 직관형은 감각형과 정반대로 전체적으로 짧게 말하지 않으면 지루해하거나 짜증이 납니다.

직관형들은 감각형들이 현실적인 것만 하는 사람들이고 한 가지 면만 보려고 하고 마치 매트릭스 안에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고 표현합니다. 반면에 감각형들에게 직관형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적이고 관심사가 참 다양하고 생각의 속도와 결정 속도가 빠르고 작은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대범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충 말해도 잘 알아듣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일 때가 많고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먼 곳은 바라보지만 정작 자기 발밑은 보지 못한다고 평가하기도 하는데요. 비현실적이라 생활경제관념이 다소 약해서 여성이라면 가정주부로 살아가기 힘들거라 생각하고, 대화할 때에도 생각이 너무 많이 이리갔다가 저리갔다가 정신이 없다고 말을 합니다. 감각형은 오감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더 신뢰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말을 그래서 잘 못 믿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속담은 감각형들에게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그 사람의 주관적인 해석이 붙어있는 것이고 내가 직접 오감으로 받아들인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확실히 믿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반면에 직관형은 오감정보 자체에는 흥미가 덜할 수 있습니다. 대신 직관이 무의식적으로 주는 정보인 가능성, 비전, 영감 같은 것을 좋아합니다. 직관이란 모든 단계들을 차근차근 밟고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출발점에서 단번에 결론에 이르는 것을 말합니다. 중간단계들을 엄청난 속도로 무의식의 직관으로 뛰어넘는 것입니다. 혁신가나 파이오니아는 대부분 직관형이었습니다. 신대륙을 찾아 떠난 사람들은 신세계가 존재할 거라는 가능성을 믿고 용기있게 행동한 사람들입니다. 감각형들은 현실적이라 재고 따지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뛰어들지 않습니다.

옛날 식민지 시대 때 식민지 지배를 위해 수많은 영국 사람들이 본국을 떠났습니다. 그러면 식민지로 떠난 사람들은 감각형이었을까요 ? 아니면 직관형이었을까요 ? 바로 직관형들이 떠났습니다. 수많은 직관형 사람들이 식민지로 떠나자 본국에 남아있던 많은 사람들은 감각형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애초에 감각형이 인구 비율상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1972년부터 2002년까지 수행된 MBTI검사 결과 데이터 통계에 의하면 감각형인 사람은 전체 인구에서 73.3%, 직관형인 사람은 26.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경향성은 그래도 비슷한 비율로 경향성이 나뉘는 편인데 유독 직관형-감각형 선호경향에서만 뚜렷하게 감각형인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국에는 가뜩이나 감각형이 인구도 많은데 직관형 사람들이 식민지로 떠나버렸고,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이 때 형성된 영국이라는 나라의 민족적 특성이 성격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국의 충실함, 보수성, 끈질김, 인내심, 관습과 전통에 대한 사랑, 오후에 차 한잔을 느긋하게 즐기는 것, 주말을 길게 보내는 것 등은 감각형이 좋아하는 일들입니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감각형의 성격 특성이기 때문입니다.

직관형 사람들의 경우에는 교육 수준에 따라서 인구분포가 달라지는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직업학교에서는 직관형 사람들의 비율이 매우 낮지만 고등교육 기관으로 갈수록 점점 그 비율이 높아집니다. 직관형은 공부하고 싶고 연구하고 싶은 원초적 욕망이 있기 때문에 고등교육으로 많이 진학합니다. 평균적으로 직관형 학생들이 감각형 학생들보다 학습동기가 높고 따라서 성적도 직관형이 감각형보다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감각형 아이들은 현실적인 언어를 사용합니다. 그 아이들은 감각에 의해 지각된 현실적인 것들을 언어로 표현합니다. 반면 직관형 아이들은 무의식의 직관에 의해 나오는 단어나 은유, 상징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지적능력 테스트는 직관형 언어로 기술되어 있어서 감각형 아이들에게는 불리하다고 합니다. 그런 추상적인 언어를 해석하는데 감각형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직관형 아이들에게는 언어 해석이 상대적으로 더 빠릅니다. 성격적으로 타고난 직관의 도움을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감각형 아이들은 아이큐 검사와 같은 지능 테스트를 볼 때 언어로 기술되어 있는 지문 정보를 천천히 그리고 주의깊이 여러번 읽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푸는 속도가 직관형 아이들에 비해 확연히 느릴 수 있습니다.

한 심리학자는 자신이 감각형 성격이었는데 학교 다닐 때 성적이 참 안좋았다고 합니다. 열심히 공부를 해도 점수가 좋지 않아서 다음 시험에서부터는 그냥 빨리 시험문제들을 풀 거라고 결심하고 실제 시험에서 시험지를 대충 빨리 훑어보면서 시험을 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최고 점수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유치원을 막 졸업한 감각형 아이들은 추상적인 상징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책에 있는 글자들은 그냥 글자일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입니다. 글자가 나타내는 뜻에 관심이 없으니까 독서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책에 자신이 알고 싶어하는 사실들에 대한 것들이 나오지 않으면 책이 재미없는 것입니다. 감각형 아이들은 숫자에 대한 개념을 익히는 것에도 시간이 걸립니다. 칠판에 쓰여진 숫자들은 낙서같이 보인다고 합니다. 숫자라는 추상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것을 이해하기까지 상대적으로 더 오래 걸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감각형 아이들에게는 2+3이 3+2와 같다는 것을 이해하는데 더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감각형 아이들은 꼼꼼하기 때문에 단순 계산에는 강하지만, 대수학이나 문장제 문제들이 나오면 무엇을 계산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직관형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이런 것들을 쉽게 이해하기도 합니다. 직관형 아이들은 추상적인 것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감각형 아이들은 추상적인 개념들을 학습할 때 이를 무척 어려워하기 때문에 추상적인 개념을 실제적인 사실들과 밀접히 연관시켜서 학습해야 합니다. 추상적인 개념을 추상적으로 설명하게 되면 감각형 아이들은 도무지 따라가기 힘듭니다. 그래서 추상적인 개념들을 주로 다루는 수학, 물리, 문학 같은 과목들을 감각형 아이들은 어려워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물리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개념들은 전혀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워합니다.

성실한 감각형인 어느 의사 한 분은 자신이 의대 시험에서 떨어졌다고 고백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물리과목이 너무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분이 물리를 못했다고 해서 의대에서 공부하는 능력이 부족했고 의사로서 능력이 부족한 것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현재 그 분은 가정의로 일하고 계시는데 이 직업이 적성에 꼭 맞고 그래서 의사로서 일을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환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꼼꼼하게 보는 것이 자신의 성격에 맞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파악하게 된 존스 홉킨스 의대에서는 물리 과목을 너무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물리 기초과목을 개설해주었습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일반 물리 과목이 이렇게 성실한 학생들을 낙제시켜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정리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