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학습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지 못하면 돈은 돈대로 쓰고 몸은 몸대로 힘들고 아이와 관계도 나빠질 수 있고 노력과 투자 대비 성과가 안나오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요. 물론 학문적 주제가 아니다보니 여기에 대해 정의를 내린 학자는 없지만, 실제 사례들을 통해 엄마표 학습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엄마표 학습이란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학교수업과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 완전한 학습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라고 정의 내리겠습니다. 이 정의에 따라 아이의 학습을 엄마가 도와주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엄마표 학습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정의대로 엄마표 학습을 하고있지 않다면 그것은 엄마표 학습이 아닙니다. 아마도 그것은 엄마표 과외와 비슷한 개념일 것입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엄마표 학습이 엄마가 아이의 학습을 끌고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아이가 중학생만 되어도 아니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학습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엄마 중심으로 아이를 끌고 가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오히려 엄마표 학습은 아이가 완전학습을 수행할 수 있도록 "멘토링 한다"는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아이가 엄마의 멘토링을 통해 학습을 주도적으로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런 학습을 어떻게 하는지 방법적인 부분을 가이드해주고,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멘토나 코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엄마표 학습을 봐야하는데요. 즉, 엄마표 학습을 한다는 것이 아이에게 수학이나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뭔가를 아이에게 가르치는 강사처럼 아이의 학습을 이끌어 왔다면, 엄마표 학습 정의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그냥 과외에 가까운 것입니다. 엄마표 학습은 아이가 어떻게 해야 우수한 학습자가 될 수 있는지를 도와주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마치 수영코치가 아이의 자세를 보고 잘못된 부분들을 교정해주는 것처럼 아이의 공부활동을 관찰하면서 더 효율적으로 공부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엄마표 학습은 내용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학습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방법을 모르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를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이 원천적으로 생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자가 자기 새끼를 키울 때 먹이를 그냥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냥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처럼 어떻게 해야 우수한 학습자가 될 수 있는지 즉, 공부하는 방법을 멘토링해주는 것입니다.
엄마표 학습에 대한 정의를 온전히 마음으로 이해한다면 엄마표 학습에 대한 여러가지 오해들을 바로 잡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선 엄마표 학습이라는 말을 들으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괜히 엄마표라고 하니까 엄마가 아이를 닥달해서 강제로 시킨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엄마표 학습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엄마표 학습을 하면 '엄마도 힘들고 아이도 힘들다?', '엄마는 부담되고 아이는 불쌍하다?'는 이야기가 왜 나오게 되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엄마표 학습의 정의대로 수행하는 것이 아닐 경우에 엄마도 힘들고 아이도 힘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엄마표 학습의 정의대로 아이 공부를 도와주는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은 언제일까요 ? 취학 후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엄마표 학습은 학교수업과 교과서를 중심으로 완전학습을 수행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5, 6살만 되면 학습을 시키고 싶어합니다. 심지어 7살에 아무것도 안 시키고 있으면 주위에서 왜 아무것도 안 시키냐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피아제 선생님께서 아이의 인지발달을 나이에 따라 4단계로 나누어 놓은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학교교육이 6세나 7세가 아니라 8세부터 시작되는 것이 과학적인 근거와 이유가 있습니다. 이론적 근거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모님들께서 유아시기에 한글, 수학, 영어와 같은 문자학습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결과가 대부분 좋지 않다고 합니다.
피아제 선생님께서 인지발달이론을 통해 아이들의 인지적인 교육에는 적기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적기를 무시하고 유아 시기에 문자교육을 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유아시기의 아이들은 한글, 수학, 영어 같은 문자교육을 받을 만큼 뇌가 인지발달이 안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유아들 입장에서는 그런 문자교육을 받기가 인지적으로 버겁습니다. 자신이 처리하기에 버거운 정보를 처리하려 하니까 뇌에 부하가 걸리고, 그렇게 버거운 이유는 아이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아직 발달하고 성장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학습을 힘들어하고 자연스럽게 짜증이 나서 좌절하게 될 수 있습니다.
유아들은 손의 소근육 발달이 아직 덜 되었기 때문에 쓰는 일이 구조적으로 힘들다고 합니다. 유아들은 연필 잡는 것도 어려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어 교육은 듣기-말하기-읽기-쓰기 순으로 교육하는 것이 정석인데요. 아이들이 듣고 말하고 읽는 것을 충분히 해서 듣기, 말하기, 읽기가 익숙해지고 이 부분에서 충분히 자유롭다고 할 만큼 수준이 올라왔을 때 쓰기 교육을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피아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적기교육'인데요. 어떤 종류의 교육을 아이에게 하기 전에 아이가 그 교육을 소화할 만큼 인지적으로 충분히 발달해있는지를 우선 고려하는 것이 인지발달이론이 알려주는 핵심입니다.
유아들에게 쓰기 교육을 하는것은 그다지 교육적 효과도 없고, 글자쓰는 연습을 대부분 버거워할 것이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싫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것은 버겁고 힘들고 짜증나는 것이라는 정서적 경험을 계속하게 되고, 괜히 "공부정서"가 어렸을 때부터 나빠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린 시절에 좋은 시작점을 가지지 못하게 되는 것과 동일합니다. 이것은 아이들의 인지적 신체적 발달단계를 무시하고 그런 교육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맥락을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엄마들 역시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많지 않고, 주위 다른 엄마 아이들은 다들 교육을 하고 있고,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 때문에 어떻게든 아이를 잘 키워보려고 나름 노력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 생각대로 혹은 주위 엄마들의 생각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과연 괜찮을지 계속 검증을 해야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를 키우는 것은 원칙대로 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지 않냐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는데요. 그러나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혜택은 대부분 이론 기반으로 설계되고 구현됩니다. 수많은 학자들이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고 이론을 완성시켜주었기 때문에 현실에서 그 이론들이 구현된 것들을 향유하고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또, 완전학습의 핵심은 교과서 복습입니다. 초등학교 과정에서는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를 해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많은 가정에서 문제풀이를 시킵니다. 시중에 문제집들이 워낙 많고 그런 문제집들을 풀어야 아이의 공부 실력이 계발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매일 풀어야 하는 문제집의 양을 정해놓고 문제풀이를 시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 선생님처럼 아이를 가르치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이 방법은 결과가 좋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엄마표 학습의 정의대로 수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방법으로 아이가 공부실력이 제대로 계발되는 것은 어려울 것이고, 엄마와 아이 관계만 나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엄마표 학습에서는 아이가 문제집 풀이가 아니라 교과서 중심으로 완전학습을 해야하는 것이고, 또 엄마가 아이에게 학습내용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같이 개념학습을 완성하기 위해 같이 연습하는 멘토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방법이 잘 실행된다면 학교에서 공부를 수행하는 그 과정이 최소한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공부실력이 잘 계발되면 그것은 기분좋은 일입니다. 아이들도 자기 실력에 대해 다 알고 있습니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기 때문에 선순환적으로 학습동기가 더 향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때에는 자유롭게 생활하고 공부는 중학교 때부터 열심히 하자는 생각은 이제 안해도 됩니다. 올바로 수행된 엄마표 학습은 그렇게 힘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공부시켜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은 좀 위험하기도 합니다. 일단 아이는 공부 시킨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그런 존재가 아닌데요. 그게 그렇게 쉬우면 다들 공부를 나중에 해도 되었을 것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동기를 향상시키는 것을 정석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되게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나라 공교육은 기본적으로 절대평가가 아닙니다.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평가받고 그래서 등수가 매겨지는 것이 공교육의 기본 방침입니다. 교육부가 등수 매기는 것을 원하고, 우리 사회가 등수를 원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과정에서 학습결손이 일어나면 따라잡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아이과 다른 아이들과 달리기를 한다고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가 처음에 설렁설렁 뛰다가 중반부터 열심히 뛰어서 따라잡는 전략으로 뜁니다. 초반에 설렁설렁 뛰었으니까 격차가 당연히 벌어질 것입니다. 그럼 그 격차를 따라잡는 것이 쉬울까요 ?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만 뛰고 다른 아이들은 멈춰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과정에서 결손이 일어났다는 것은 초등 6년동안 올바른 학습방법, 학습습관을 연습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고, 따라서 학습동기가 잘 형성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런 아이가 갑자기 중학교부터 뒤쳐진 것을 자기 주도적으로 다 메꾸고 공부를 잘해나갈 수 있을까요 ? 그것은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가끔 엄마들 중에 이렇게도 시켜보고 저렇게도 시켜보고 안되면 중단하고 다르게 해보고 하다가, 이렇게 했더니 성과가 있었네 이렇게 하니 효과가 나지 않네 하면서 아이의 학습을 테스트해보는 분들도 계신데요. 우리의 아이들은 시간이 흐르면 다시는 그 귀여웠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어렸던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 입은 손해는 어느정도 복구는 될지 몰라도 완전 회복은 어렵습니다. 아이의 학습을 가지고 만약 테스트를 했을 때 아이가 손해를 입게 되면, 예를 들어, "아~ 나 공부하는 거 너무 싫어. 힘들어." 와 같은 경험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어서 정서적으로 피해를 입는다면 그것이 나중에 부메랑처럼 몇 배의 손해로 돌아올 것입니다. 더 힘들어진다는 이야기인데요. 따라서 아이를 테스트해서는 안됩니다. 엄마와 아이가 같이 성장해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론적인 근거없이 학습을 가지고 실험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아이에게 뭔가를 시킬 때에는 이론적인 합당한 근거가 분명히 있고 성과가 날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만약 확신이 없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손해를 안보는 것이 이득인 경우가 많고, 아이의 학습이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아이의 멘토이자 학습 동료라는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완전학습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까지 정리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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