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학습을 언제 시작해야 되고 또 언제까지 해야 할까요 ? 일단 시작시점과 관련해서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 하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 우리가 입학 전에 한글 교육을 안 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엄마표 학습의 시작은 초등학교 입학 3개월 전부터라고 정해보겠습니다. 아이가 한글을 읽고 외워서 쓸 수 있을 정도까지만 입학 전에 도와주면 될 것 같습니다. 즉, 입학 전에는 아이가 원하지 않을 경우 학습을 시키지 말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러 연구 결과들이 만 7세 이전에 하게 되는 문자교육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해롭습니다. 다시 말해서 취학 전에는 국어, 영어, 수학 같은 공부를 시키지 말라고 합니다. 취학 전에 아이가 길러야 하는 능력은 지식적인 부분이 아닙니다. 아이가 한글을 좀 늦게 배우면 어떻고, 숫자를 늦게 세고, 덧셈, 뺄셈 좀 늦어도 괜찮습니다. 그것을 빨리 한다고 해서 고등학교 때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님들께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은 '우리 아이가 고등학교 때 과연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입니다. 아이가 초중등 시절에도 잘하면 좋지만, 그것이 반드시 고등학교 성적으로 계속 이어지지 않는데요.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고등학교 과목들은 학습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초중등에서 그럭저럭 통했던 얄팍한 공부기술들이 고등학교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취학 전부터 엄마들은 아이를 학습적으로 너무 빨리 달리게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일찍 달린다고해서 고등학교에서 잘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일찍 달린 아이들이 고등학교에서 지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취학 전까지 아이가 길러야 하는 능력은 지적 능력이 아닌 심리적인 능력입니다. 튼튼한 심리적 능력은 아이가 고학년이 될 수록 학업적인 부분에서 아이를 더욱 빛나게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태어났을 때 엄마에게 건강하게 안정적으로 애착되는 것, 엄마와의 정서적 조율을 통해 감정조절능력을 기르고 감정코칭을 통해 안정적인 정서 및 건강한 자아상을 가지고 문제해결능력을 기르고 규율감각을 익히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형성하고 대화하는 법, 이슈를 해결하는 법 등을 배워서 사회적인 기술을 익혀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자율성, 자기효능감을 계발해서 건강한 자아존중감을 갖게 하고, 만족지연능력을 길러 도덕성을 높이고, 회복탄력성을 길러서 좌절에도 굴하지 않는 아이가 되어야 높은 학습동기를 가지게 하는 기초 토대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심리적인 기반 능력들이 유아 시기에 계발되지 않는다면 아이가 공부를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수많은 사교육을 통해 아이의 공부 실력을 어느정도까지 끌어올릴 수는 있겠지만,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의 심리적인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먼저이고 학습은 그 다음인데요. 건물을 세울 때 기초 없이 세울 수 없는 것처럼 아이의 심리적인 능력은 기초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아 시기에 아이에게 지식 교육을 주로 하려는 부모님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어떻게 학습을 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굳건한 이론적 토대와 기술이 없는데 아이에게 일단 뭔가를 시킵니다. 그런데 방법이 잘못되면 아이는 공부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게 되고 심할 경우 부모님께 부정적인 피드백까지 받으면서 공부정서가 나빠집니다. 공부정서란 공부에 대한 메타 감정인데요. 공부라는 것을 떠올릴 때 들게 되는 느낌과 정서가 공부정서입니다. "난 공부하는 것이 좋아." "난 공부하는 것이 싫어."와 같은 느낌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엄마는 교육열에 불타서 선긋기 학습활동을 첫 돌 때부터 시작했다고 합니다. 두 점을 잇는 것이 소근육이 완전히 발달한 어른에게는 쉽겠지만 1살 아기에게는 버거울 것입니다. 아이는 선긋기를 힘들게 며칠하더니 포기했습니다. 그러고 만 5세가 되도록 펜, 연필, 색연필, 싸인펜 등 모든 종류의 필기구를 잡지 않으려 했다고 합니다. 학교갈 때가 다 되어가도 안 잡으려 했습니다. 이것은 펜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서 부정적인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저것을 잡으면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진다는 것을 아이가 학습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펜 잡는 것 조차 싫어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공부정서라는 것입니다. 이 정서는 한번 나빠지면 좋아지기가 힘든데요. 공부뿐 아니라 인생의 많은 부분이 그렇습니다. 사람의 심리적인 것은 한두번의 나쁜 경험으로 쉽게 나빠지지는 않지만, 한번 나빠지면 복구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공부정서가 그렇고, 이 공부정서는 아이의 학습동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한번 나빠진 학습동기는 다시 좋아지기가 무지 어렵습니다.
물론 취학 전에 부모님과 즐겁게 책 읽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것은 전형적 학습이라기 보다는 엄마에게 따뜻한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면서 책을 읽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좋은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 행동과 엄마에게 느끼는 유대감이 서로 결합되면서 아이의 독서 긍정성이 높아질 수 있는 일이고 덤으로 아이에게 굳이 한글을 가르치지 않았어도 자연스럽게 한글을 떼게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리고 한글은 이런 방식으로 떼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제 엄마표 학습 시작시점은 알았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엄마표 학습을 언제까지 해야할까요 ? 최대 초등학교 과정까지만 하는 것입니다. 중학교 과정부터는 초등학교 6년 동안의 연습을 기반으로 아이가 스스로 혼자 해야하는 것입니다. 중학교 부터는 아이가 활용할 수 있는 학습자원들도 더 풍부해지고 아이도 인지적으로 더 성장해있기 때문에 이 때부터는 아이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완전학습을 수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고스럽더라도 최소한 초등학교 과정까지는 아이와 같이 파트너로서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완전학습을 수행하면 좋겠습니다. 아이 입장에서 엄마가 자기와 같은 공부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동료감을 느끼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가 과연 완전학습을 수행하는지를 옆에서 지켜보고 점검해주고 적절한 피드백을 주면서 교정해주는 멘토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리해보면, 엄마표 학습 실행기간은 초등학교 입학 전 3개월 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많은 엄마들이 엄마표 학습을 하고 싶기는 한데 아이의 커리큘럼을 어떻게 짜주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예를 들어 국어 독해, 수학 연산 문제집 2장, 영어책 5페이지 읽기, 한자 연습 등 이런 식으로 아이의 학습 커리큘럼을 직접 짜주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러나 이제 엄마표 학습의 정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커리큘럼을 짜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엄마가 임의로 그렇게 커리큘럼을 짜는 것은 별로 효과적이지도 않습니다. 엄마표 학습이란 교과서 기반의 완전학습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엄마표 학습 커리큘럼은 아이가 교과서를 "복습"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학교에서 배웠던 학습내용을 집에 와서 완전학습이 될 때까지 복습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학습량이나 학습시간에 대한 고민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공부를 2시간을 하든, 4시간을 하든 아니면 1시간을 하든 완전학습이 되었다면 그 날의 공부는 끝나게 되고, 그 다음부터는 아이의 자유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가끔 엄마들 중에는 공부시간을 정해놓고 시간 기준으로 아이를 공부시키려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시간 기준으로 아이를 공부하게끔 유도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입니다. 회사에 나가서 일을 하는데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것이 효율적일까요 ? 9시에 출근해서 할 일을 모두 마치면 퇴근하는 것이 효율적일까요 ? 공부도 마찬가지 입니다. 시간 기준이 아니라 과제 중심, 할 일 중심으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엄마표 학습에서 아이의 할 일은 "완전학습"입니다. 완전학습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아이가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을 해도 되고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아도 됩니다. 해야할 의무를 다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할 일 중심의 공부 방식이 습관화되면 스마트폰 같은 것으로 아이와 실랑이할 이유도 사실 없습니다. 자신의 할 일을 다 했으면 그 다음부터는 아이의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책임을 다하면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줄 때 아이의 자율성, 자기주도성, 집중력 등도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완전학습을 연습하면 할수록 아이가 공부를 마치는 시간이 더 빨라질 것입니다. 어떤 스포츠나 어떤 한 분야에서 계속 연습하게 되면 점점 더 능숙해지면서 수행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완전학습을 통해 공부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아이가 쉴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아이가 고등학교 과정이 끝날 때까지 학습을 지속시킬 수 있는 힘은 초등학교 기간에 아이가 엄마의 도움으로 완전학습 습관을 가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엄마표 학습을 해야하는 학생들은 사실 학생 모두인데요. 공부머리를 타고난 아이들도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스스로 깨닫는 일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므로 완전학습 방법을 인위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특히 공부머리 안타고난 90%의 학생들은 더욱 엄마표 학습을 통해 학습결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래서 뒤쳐지지 않도록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시험없는, 숙제없는 초등학교 과정을 거치고 자유학년제까지 경험하게 되는 보통의 아이들이 학습결손 없이 중학교 2학년까지 올라가는 일은 전체에서 5%도 안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공교육은 대부분 아이들이 학습결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수학 공부하는 것을 아예 포기하는 수포자 아이들이 전체에서 60%가 됩니다. 이 60%의 아이들은 학창시절에 벌써 실패와 큰 좌절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공부커리어로 타든지 안타든지 간에 학창시절에 크게 뒤쳐지면서 실패했다는 경험을 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을 것입니다. 뒤쳐졌을 때 아이들은 열등감을 가질 수 있고, 자신감을 적절하게 키우지 못한 아이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성취하는 삶을 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여기까지 정리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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