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5개월부터 두 돌 반까지를 걸음마기라고 하는데요. 이 걸음마기의 최대 이슈는 자율성 발달입니다. 에릭슨에 따르면 걸음마기는 자율성 발달의 민감기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자율성은 바로 건강한 자아형성의 기초요소이기 때문에 중요한데요. 그러니까 만일 아기가 자율성을 발달시키지 못하게 되면 수치심과 회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자율성은 자신의 생활에 대한 책임, 그리고 스스로 결정하고 수행해 나가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또 다른 자율성의 요소는 자신이 책임지고 잘하고 있다는 자신의 역량에 대한 느낌인데요. 그래서 이러한 자율성을 갖추지 못하게 되면 수치심과 회의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무력감을 느끼고, 자신에 대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걸음마기가 자율성을 추구하는 시기이긴 하지만 걸음마기의 아기 능력을 고려했을 때 사실은 걸음마기의 아기가 완전한 자율성을 갖출 수 있다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아기 입장에서는 '나는 이제 이동능력도 갖추었고, 말도 해.' 라고 스스로를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자율성을 추구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갖고있는 능력의 한계상 성인이 적절하게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사실 수치심과 회의를 느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성인의 적절한 지도가 반드시 필요한 시기입니다.
걸음마기의 아기는 자신의 자율성을 발달시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나 방해, 혹은 강요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것을 해보기를 많이 원합니다. 만일 이러한 모험의 시도가 성공적이었을때에 걸음마기 아기의 자율성은 촉진되겠지만 번번히 어른이 "위험하다~ 너는 못한다~" 하면서 제한하거나, 혹은 아이가 전혀 할 수 없는 것들을 그냥 냅두게되서 매번 실패를 겪게 되거나, 먼저 성인이 "야~ 너 쪼끄만게 뭘해~"하면서 아이가 시도하기도 전에 실패를 강조하고 또 못했을 때에 "거봐~ 못한다고 했지~" 이런식으로 성공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수치심과 회의를 발달시킬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걸음마기의 아기들이 "싫어!", "안해!"라는 말을 굉장히 자주하는데요. 그래서 학자들은 이시기의 언어특성에 '거절증'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답니다. 이런 거절증은 마치 반항하는 것 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나름 자율성을 찾기 위해 하는 언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율성을 찾으려는 거절증은 "싫어!"라는 언어로도 나타나지만, 못하게하면 막 떼쓰고 드러눕는 행동으로도 거절증을 나타내게 됩니다. 만일 거절증을 보일 때에 성인이 지나치게 강한반응을 보이게되면 강화가 되서 빈도와 강도가 더욱 증가하게 되니까 심하게 반응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면 좋겠습니다.
워낙 걸음마기의 아기에게 거절증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우리는 두 돌에서 세 돌 사이의 아기를 조금 안좋게 평가하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거절증을 폭발하듯해서 그렇지 그외에는 사랑스럽고 귀엽고 웃기고 협력적인 모습을 많이 보이는 매력적인 시기랍니다. 그리고 걸음마기의 아기들이 자기가 해보겠다고 막 우겼다가 '아~ 이거 내가 못하는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면 굉장히 협력적으로 되돌아가니까 너무 거절증에 대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 걸음마기 아기의 거절증은 그냥 놀이활동일 경우도 있는데요. 괜히 한번 "아니야! 싫어!"라고 말하면 어떻게 되는지 재미있기도해서 시험해보려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거절증이 장난의 성격을 가졌을 때 어른이 너무 심각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걸음마기 아기의 또 다른 특성중의 하나는 성장양면성을 보인다는 건데요. 성장양면성이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해보려는 발전적인 욕구와 한편으로는 실패와 위험을 피하여 안전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경향 사이의 갈등을 말하는 건데요. 이런 성장양면성이 걸음마기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해서 이후 모든 연령층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기들도 '내가 좀 엄마로부터 독립해서 스스로 해볼까?'라는 생각과 더불어 '그냥 엄마품에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는데, 문제는 부모역시 자녀의 발달에 대해서 양면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자녀의 첫걸음, 첫단어, 첫입학을 박수치면서 좋아하다가도 자녀가 독립하려고 하면 '에흐~ 내품안에 있을때가 자식이지~'하면서 불안해하는 것이 부모의 성장양면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아이가 성장양면성을 갖고있고 부모 역시 성장양면성을 함께 가질 때 이를 '이중양면성'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아이가 천천히 나아가려고할 때 부모가 도전을 하라며 밀어붙이거나, 반대로 아이가 새로운 길을 도전하려할 때 위험하다고 부모가 잡아두는 경우에 아이는 많이 헷갈리게 됩니다.
특히 부모의 성장양면성이 보수적인 경우 그러니까 도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경우 아이의 전진이나 독립을 방해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아이는 그냥 유치하고 미성숙한 상태로 머물게 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엄마 아빠가 각각 다른 경우의 성장양면성을 가질 때도 있는데요. 아빠는 도전을 격려하는 편인데 엄마는 못하게 한다면 아이는 심각한 정서적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부모도 이렇게 성장양면성을 갖는데 걸음마기에는 아이 자체도 성장양면성이 심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이시기에 행동하는 것을 보면 엄마 손을 밀어내고 혼자 비둘기를 쫓아갔다가 갑자기 엄마를 찾으면서 울고 되돌아와서 안정감을 느끼려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부모 입장에서는 '왜 저러지?' 하면서 독립싶어하는데 의존하고해서 헷갈릴 수도 있고, 겉으로보면 변덕이 심하다라고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에 대해서 타박을 하거나 수치심을 주게되면 아이는 오히려 의존적인 성향을 발달시킬 수 있으므로 '이 시기는 변덕과 기복이 있을 때이다.' 하고 이해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성인이 민감하게 상황에 따라 격려하고 보호해주면 자존감 높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먼저 보호자의 역할을 해야합니다. 걸음마기란 말그대로 걷기 시작한 시기로 아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시기인데요. 이 때 위험한 행동을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인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시기 아이들은 부엌 수납장을 열고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너무 다 막지는말고, 하부장 중 하나는 안전하게 구성하여 개방해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걸음마기 아기를 돌보는 것은 활동량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서로 협력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두번째는 자율성을 다루는 기술인데요. 앞서 살펴본 것 처럼 거절증은 자율성을 위한 시도니까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아기의 능력에 맞게 어떤 것을 하도록 인정해주면 아기는 결국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을 발달시키게 됩니다. 물론 이부분에서 성인의 많은 인내가 필요하기도 하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성가시고 귀찮다는 이유로 다 해주게 되면 나중에 커서도 다 해줘야해서 오히려 더 힘든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고, 아이 역시 자신에 대해서 수치심을 발달시키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답니다. 어른이 아기를 과보호하거나 비판적일 때 아기는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게 됩니다. 또 걸음마기 아기의 부모에 대한 거절증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닌데요. 아기는 부모와 강력한 애착을 형성한 후에 결국은 엄마는 엄마, 나는 나로 분리되고 개별화되는 존재로서의 존재감을 이뤄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걸음마기 아기의 거절증은 자신이 부모와 분리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아기는 부모가 자신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굉장히 유심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인이 아기의 거절증에 대해서 강한 반응을 보이게 되면 아기의 행동은 더욱더 증가하게 됩니다. 반대로 반응하지 않고 무시하게 되면 감소하게 됩니다.
한편으로 아기들은 시간을 벌려고 거절증을 쓰기도 하는데요. 가령 "잘거니?"라고 물어보면 "싫어!"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이것은 선택을 시킨 것이기도 하고 아이입장에서는 떼부리면서 안자도 되는 것이므로 그럴 때에는 질문보다 "잘 시간이다"라고 지시하는 표현이 좋습니다.
걸음마기 아기의 가장 심한 거절증은 아주 심하게 화내고 떼를 부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행동을 특히 많이 보이는 아이들은 평소 자주 부모와 힘겨루기를 해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인이 아기를 아기로 대하지 않고 경쟁자로 대하거나 비일관적으로 반응했을 때 아기는 부모와의 힘겨루기나 경쟁에서 지지않으려고 과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만일 부모가 아기에 대한 기대를 단순화하고 분명하게 일관된 지도를 한다면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아기와의 갈등상황을 잠시 겪었다고 해서 성인이 계속 화내거나 침울해져 있는것은 상당히 부적절한데요. 아기는 변덕이 심하기 때문에 대립 후에는 요구했지만 들어줄 수 없었던 것을 대신할 만한 대안을 제시해주고, 대안을 따라주었을 때 충분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직 아기들은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전환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인이 달래주거나 기분전환을 시켜주지 않으면 눈에 띄게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고, 이것은 아기의 정신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또 중요한 성인의 역할은 한계를 설정해주는 것인데요. 자율성 발달을 위해서 걸음마기 아기의 탐색도 격려해줘야 하지만,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일정하게 제한도 해주어야 합니다. 만일 아기가 자신의 충동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안되고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있거나 혹은 타인이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면 제한 해주어야 합니다. 또 다른사람의 권리와 감정을 보호하기 위해, 망가지기 쉬운 귀중품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한계제한 설정은 필요합니다.
제한을 할 때에는 단호하고 분명하게 해야하는데요. 왜냐하면 걸음마기 아기들은 애매한 것은 이해하지 못하고, 참을성도 없습니다. 명확한 지침 그자체가 아기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라는 사실을 명심해야합니다. 어떤 성인은 야단치면 아기가 자신을 싫어할까봐 두려운 마음에 그대로 두기도 하는데요. 이것은 아기입장에서 "어라? 해도되나?"하면서 그 제한을 시험하는 행동을 계속하게되고, 성인은 결국 버럭 소리를 지르게 됩니다. 또 걸음마기 아기들에게 이치를 따지면서 설명하는 것도 소용이 없습니다. 긴 설명과 설득보다는 간단명료한 지시가 이시기 아기들에게 보다 잘 이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육아 관련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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