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상을 많이 보는 저희 아이에게 독서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방법을 모색하다가 한미화 작가님의 좋은 이야기가 있어 기록해 보았습니다.
책읽는 뇌라는 것은 만들어지는 것이랍니다. 아주 독특하고 어려운 능력이고 읽기는 후천적으로 노력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네요. 글이라는 것을 7세쯤 배우는데 그 때 배워서 초등학교 6년 내내 읽기 훈련을 해서 책읽는 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읽으면서 자동 독해가 되어야 하는데요. 다시 말하면 읽으면서 그 의미가 바로바로 머릿속에 들어와야 합니다.
한 문장을 읽는데 읽다가 "어? 이 단어 모르네 ?" 또는 "무슨 뜻인지 모르네 ?" 하면서 자꾸 걸리면 재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걸린다는 것은 아직 읽기 연습이 부족하다는 신호라고 합니다. 이런 상태로 만약에 억지로 읽으라고 해서 5페이지, 10페이지, 한 권을 읽는다고 생각해보면, 아이는 한 두 페이지 읽다가 "엄마 머리가 아파요." 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 엄마가 "너 또 꾀부리는거지 ? 잔말 말고 빨리 가"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 아이는 머리가 아픈 것 일 수 있습니다.
읽기는 머리의 전 부분이 활성화 되어야 하는데 아이는 활성화되는 훈련이 아직 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할 때마다 여기서 삐걱, 저기서 삐걱 하는 느낌을 받게 되니 정말 머리가 아픈 것입니다. 혹시 아이가 읽다가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면 그 때 아이가 읽는 책이 지금 아이의 수준보다 높지는 않은지 혹은 아이가 읽기 연습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만약 아이가 아직 저학년이고 읽기 훈련이 덜 되었다고 생각되면 조금 더 읽어주라고 권한다고 합니다. 읽기에 익숙해지지 않았다면 읽기 책을 조금 더 읽어주셔도 좋습니다. 이 때의 읽기는 어릴 때의 읽기처럼 그냥 막무가내로 읽기가 아니라 약속을 하셔야 하는데요. 해보면 잠자리 읽기가 가장 좋다고 합니다. 잠자리에서 15분간 5페이지만 읽는다 또는 3페이지만 읽는다는 식으로 짧게 약속을 해서 엄마와 아이가 책이라는 공동의 관심을 놓지 않도록 당분간 조금 이어가준다면 아이는 금방 스스로 읽기로 떠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모나 교사가 읽어주는 소리를 많이 들은 아이가 실제로 더 잘 읽는다고 합니다. 언어능력이라는 것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로 크게 4가지가 있는데 이 4가지는 상호 연결이 되어있다는 사실로 볼 때 우리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많이 들은 아이가 말도 잘하고 읽기도 잘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많이 읽은 아이가 더 잘 쓰기도 한답니다. 부모나 교사가 낭랑하게 잘 읽어주는 소리를 들은 아이들이 잘 읽을 확률이 높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다음부터 읽는 책들은 기본적으로 문어의 세계입니다. 말에는 구어와 문어가 있고, 우리가 하고 있는 말들은 대부분 구어인데요. 문어의 세계는 다릅니다. 문어의 세계는 말하는 것처럼 쓰지 않습니다. 조지프 캠벨의 '신화의 힘' 중에 한 구절을 살펴보겠습니다. '연애는 상대에 대한 절망으로 끝난다. 결혼은 영적 동일성을 인식하는 일이다. 결혼은 육화된 신의 이미지를 찾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쓰여 있습니다. 아마 보시면 '참 모호하게 써놨네. 무슨 뜻인지 탁 와닿지는 않는데 ?'라는 생각이 드실 텐데요. 이런 식으로 쓰여 있는 것이 문어의 세계랍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지금 막 말을 배우고 이제 글자를 배웠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문어의 세계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어의 세계를 담은 이야기들을 누군가 읽어주는 소리로 듣는 것이 훨씬 이해가 빠르다고 합니다. 정독하는 습관이 잘 안되어 있다고 하면 소리내어 읽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아이가 또박또박 읽다가 틀리게 읽을 때가 있는데요. 이럴 때 옆에 있는 어른들이 못 참고 지적을 해주기가 쉽습니다. 아이가 지적을 한 두번만 들어도 더 이상 소리내어 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미권에서 Read to dog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훈련받은 강아지를 도서관에 배치해두고 아이들이 소리내어 읽을 때 이 강아지에게 읽어주는 프로그램인데요. 가장 큰 장점으로는 개는 지적을 하지 않아서 아주 놀라운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 두 페이지만 읽으라고 했는데 개가 지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책을 끝까지 다 읽는 놀라운 효과가 생기기도 하고, 연구자들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이렇게 아이들이 책 읽는 소리를 듣고 난 개가 심리적으로 안정감도 높아졌다고 합니다.
저학년 아이들은 책이 재미있다는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은 참 재미있는 거야", "책을 읽고 나는 이렇게 재미난 일이 많았어", "내가 책을 읽었더니 선생님이 칭찬도 해주셨어"와 같은 경험입니다. 그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야 아이는 책이 자기편이라고 생각하고 또 책이 재미있고 만만하다고 느낍니다.
작가님의 후배가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하루는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선배, 선배 내가 지금 밤마다 아이에게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어주고 있어"
"네 딸이 몇 학년이지 ?"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지만, 이 경우에는 의욕이 앞선 것이기도 하는데요. 좋은 책을 읽어줘야겠다는 마음에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어주고 있는데 "근데 뭐가 좀 이상해" 라고 하더니 "우리가 서로 행복하지 않아."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가님께서는 일단 '마당을 나온 암탉'을 덮고 새로운 책으로 '화해하기 보고서' 한 권 보내주셨다고 합니다. 고집센 딸을 키우는 초등학교 1,2학년 부모라면 읽어볼만한 재미있는 책이라고 합니다. 그 책을 보내고 며칠 후 다시 전화가 오더니 "고마워. 우리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 라고 하였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요. 많은 부모님들이 지키지 않는 점이 있다고 합니다. 비룡소라는 어린이책 출판사의 읽기물 중에 나온지 굉장히 오래된 책인 '베아트리스 루에'라고 하는 프랑스 작가가 쓴 시리즈 물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난 이야기들이 한 권에 한 이야기가 담겨져있는 굉장히 짧은 책이랍니다. 한 권의 책이 30-40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책이어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도 스스로 읽을 수 있을 법한 책입니다. 이런 책을 만약에 아이가 사달라고 한다면 "이거 페이지도 얼마 안되는데 서점에서 읽고가라." 혹은 "그 시리즈 지난번에 사줬잖아. 똑같은 책만 맨날 읽니? 다른 책 읽자."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들이 많은데요.
사실 이런 쓸데없어 보이는 시리즈물을 아이들이 읽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 낯선 배경, 환경, 인물, 상황 묘사 같은 것들이 아무래도 좀 어려울 수 밖에 없는데요.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도 도입부가 어렵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시리즈물은 똑같은 주인공이 나와서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진입장벽이 낮은 것입니다. 그래서 시리즈물은 한 번 재미가 들면 쭉 읽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 기재를 초등학교 저학년 동안 아이들이 읽고 싶은만큼 충분히 읽으면서 이야기의 재미나 읽는 연습을 함께하고 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이가 9살 무렵까지 읽기연습을 해서 초등 3,4학년 정도가 되면 어른들이 읽는 책을 읽을 정도로 읽기 능력이 많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반면 어떤 아이는 읽기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 싫어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한 한급에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 초등 3,4학년에 나타납니다.
요즘 아이들은 책 소개도 유튜브, 카드 뉴스로 우연히 접했는데 그것이 재밌어 보여서 그 책을 읽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라는 어른들의 추리소설이 있는데 이 경우가 카드 뉴스를 통해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된 경우인데요. 실제로 어른들이 읽는 대중소설을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독서능력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작가님께서 "어릴 때 읽었던 책들 중에서 재미난 책 있어요?"라고 초등 아이들에게 질문하면 많은 경우에 아가사 크리스티류와 같은 책들이 많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이것을 읽는 시기가 초등 3,4학년 즈음이라는 것인데요. 학교의 학급문구에서 발견한 경우 또는 친구집에 갔다가 발견한 경우, 어쩌다가 발견한 경우 등 다양한데요. 한 권 읽었다가 재미있어서 그 시리즈를 쭉 읽는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좋은데요. 아이들이 이런 책을 통해 장편을 소화하는 훈련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읽어내어야 다음에 '안나카레니냐'도 읽고 '죄와벌'도 읽으면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앞 단계가 없이 갑자기 이런 책을 읽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읽는 뇌는 서서히 성장하고 훈련을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3,4학년 무렵에 이런 책들에 아이가 꽂히는 시기가 오는 것이며, 굉장히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혹시 학년보다 읽기능력이 떨어지거나 이해력이 떨어진다고 생각되면 바로 그 앞단계로 내려오면 된다고 합니다. 1,2학년 쯤에 재밌는 책으로 시작해서 올라가면 되는데요. 실제로 3학년이면 3학년의 인지 능력이 있어서 아이가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는데에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불과 몇 달이면 충분한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읽기가 되려면 자동독해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자동독해가 되어야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것을 하고 났더니 영어책 읽기가 재미있고 자신감도 생기게 되는데요. 그러니까 서서히 올라갈 수 있습니다. 어른 아이 모두 비슷하게 기재가 작동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학년들이 보기에 재미있는 추리, 모험물이나 동화로 시작해서 다음 단계로 교양 책으로도 넘어갈 수 있는데요. 요즘 아이들은 워낙 영상이나 이미지에 익숙해져 있는데요. 그래서 혹시 아이가 읽기 자체를 거부하거나 진입하는 것이 힘들다면 미디어를 섞어서 시도해 볼 수도 있습니다. 영화나 만화는 모두 제약이 있는데요. 영화는 러닝타임이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이고, 만화도 길게 쓸 수는 있겠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글은 그렇지 않습니다. 글은 한계가 없어서 주인공의 내면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그에게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풀어내도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그래서 같은 원작을 가지고 만화나 영화로 풀어낼 때 두 미디어를 겹쳐서 읽어보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줄거리만 담고 있는 경우와 톰이 내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동화로 읽을 때 두 미디어가 어떻게 차이나는지 아이들이 스스로 깨우치게 됩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서서히 "아~ 책이라는 것이 정말 놀랍구나" 혹은 "이렇게 유튜브가 모든 것을 알려주는 세상에도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 나름 이유가 있구나"라는 것을 아이들이 깨우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언어학습, 특히 읽기에서 글자를 배웠다고 혼자 읽으라고 하는 것보다 지금같은 환경에서 부모님이 힘드실 수 있지만 공동 관심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읽기는 분명히 성장합니다. 언어능력이 발달하려면 뇌 앞쪽의 전전두엽이 뇌에서 발달해야 하는데요. 뇌의 전전두엽은 가장 늦게 발달하는 부위랍니다. 대게 12세 무렵인 5,6학년에 발달하는데 남자 아이들은 더 느려서 중학생은 되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읽기 능력만 동떨어져서 초등학교 저학년에 고전이나 명작을 읽을 수 있도록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뇌 발달과 함께 맞물려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양서적이나 명작, 고전 이런 것들을 아이가 어릴 때에 안 읽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못 읽는 것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아이의 독서가 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평생 독자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조금 더 다른 식으로 접근할 때 마음이 훨씬 너그러워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그 중 읽기 습관은 좋은 습관입니다. 우리가 살다보면 어려운 순간들이 많은데요. 누구 한사람 나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순간도 분명 찾아옵니다. 그럴 때에 책읽는 습관이 있었던 아이들, 어릴 때 책을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책으로 돌아옵니다. 그 안에서 자신이 위안을 받건 방법을 찾건 해서 또다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답니다. 그래서 책읽기가 물려주어야 할 아주 중요한 습관 중 하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육아 관련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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